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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146회 일본의 육식 문화가 태동하기까지: 스키야키, 돈가스부터 커리까지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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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이 금기시된 1200년의 시간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즐겨 먹는 소고기 요리 돈가스, 카레라이스, 스키야키 등은 모두 서양에서 들어온 음식이에요. 실은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일본 사람들은 육식을 금기시했는데, 675년 덴무 천황이 내린 육식금지령 이후로 무려 1200년 동안 고기를 먹지 않았답니다. 일본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동물 생명을 아끼자는 취지에서 육식이 금지된 거죠.

 

메이지 유신, 힘 있는 서구 문화 유입으로 문화적 대변혁

그런데 1853년, 미국의 커리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발 빠른 개항을 요구하면서 일본 문호를 활짝 열게 됐어요. 이후 1868년 막부 체제를 허문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서양문화의 영향력이 일본 전역에 빠르게 퍼졌죠.

 

1872년에는 1200년간 지켜온 육식금지령까지 무너지면서 본격적인 근대화의 길을 열게 됩니다! 실제로 당시 일본 정부는 육식 장려 정책을 펼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서양인들의 건장한 체구에 자극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덩치 큰 서양인들을 보면서 이들의 체격이 육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소고기가 일본에 들어온 역사

소고기 요리 중 일본에서 가장 먼저 등장했다고 알려진 것은 스키야키입니다. 원래는 일본의 전통 요리였지만 주재료로 두부나 생선을 써왔는데, 메이지 유신 이후에는 소고기를 넣게 된 거죠. 소고기 전문 맛집이 도쿄에만 2년 새 558곳이나 생길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돈가스, 경양식 등도 이 시기에 자리 잡은 서양식 요리입니다. 돈가스는 프랑스의 코틀레트를 바탕으로 하는데, 너무 생소한 고기 냄새를 줄이려고 몇 가지 재료를 더해 일본식으로 변형했죠. 지금도 맛집마다 독특한 비법이 있답니다.

 

호화로운 정통 프렌치에서 '가볍게' 즐기는 경양식으로

호화롭고 화려한 프렌치 코스를 그대로 즐기기는 일본인들에게 어려웠을 거예요. 그래서 서양 식재료와 간단한 요리법을 활용한 경양식(輕洋食)이 발달하게 됐어요. 스프나 죽, 가벼운 메인 요리와 밥 등으로 구성된 건강하고 간단한 양식이었죠.

 

밥을 대신해 전쟁식량으로 활용된 빵 요리

전쟁 시기에는 육식 장려를 넘어 굳이 고기가 아니더라도 빵 요리가 많이 활용됐어요. 군인들의 전투식량으로 주먹밥이 쓰였는데, 이게 장시간 보관이 어려워 빵으로 대체되게 되죠.

 

그래서 일본인들 입맛에 맞는 단팥빵이 등장하게 된 거예요. 군용 식량으로 보급되며 대중화의 길을 걸었는데, 중국의 찐빵을 서양식으로 바꾼 뒤 달콤한 단팥소를 넣은 것이 시초였답니다.

 

인도 커리에서 일본 카레까지

뭐니 뭐니 해도 일본의 대표 육식 요리로 카레를 빼놓을 수 없겠죠?! 일본 카레는 사실 영국 해군 식단에서 따온 것이에요. 영국이 당시 인도를 식민지로 지배했기에 인도 커리가 영국 해군으로 전파되어 있었는데, 일본 해군도 영국의 카레 식단을 도입하게 되죠.

 

영양실조로 시달리는 해군 장병들을 위해 카레를 군식량으로 공급하면서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해요. 풍미 좋은 진정한 인도식 카레와는 괴리가 있지만, 일본의 가정식 문화와 잘 맞아떨어진 덕에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답니다.

 

이렇게 일본은 크고 작은 변화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와 같은 완숙한 육식 문화를 만들어나갔어요. 빠른 근대화의 과정에서 서양 문물을 많이 수용했지만, 그 재료들을 일본식으로 창의적으로 변형해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 일본 육식 문화를 계승하고 있는 후예로서도 자부심을 느낄 만해요. 전 세계로부터 사랑받는 일본 요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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